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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페트릭 브링리-

드치킨 2024. 12. 28. 21:47

 

 

 

감상평 

이 책은 내가 처음 도입부에서 읽어보려고 시도하다 여러번 실패한 책이다. 최근에 미술관에 한번 다녀왔고, 좀 힘든 일들이 겹쳐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어느 순간에 눈에 보여서 책을 펼쳐들고 술술 읽게된 그런 책이다.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인 주인공이 왜 이 일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람의 사연을 알게 된 후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페트릭브링리가 형을 잃은 슬픔에 빠져 메트로폴리탄으로 숨어 들어간 후 다시 세상에 나오기까지 메트로폴리탄의 예술 작품들은 그에게 치유가 되어준 것 같다. 나도 서울에 빠른 시간속에서 살아가다보면 가끔 너무 벅차 그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 들고, 또 어떤 날은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람이 아무도 없는 작은 시골에 있고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페트릭브링리(저자)의 메트로폴리탄의 느린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내 삶도 천천히 흐르는 기분이 든다. 
 
 
 

인상 깊었던 구절

The Crucifixion (Bernardo Daddi)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베르나르도 다디) /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
 

51p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Corn, Dark , No. 1 (Georgia O'Keeffe) 조지아오키프 /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88600

 

151p 여기 있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지아 오키프는 우리에게는 없는 미덕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멈춰 있다. 그녀는 영구적이다. 그 주변으로는 그녀의 성스러운 아름다움과 지루하고 평범한 세속의 영역을 분리하는 액자가 둘러져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는 멈춰 서서 무언가를 흠모할 명분이 필요하다. 예술 작품은 바로 그것을 허락한다.

 

 

The Harvesters (Pieter Bruegel the Elder) 곡물수확 (피터스브뤼헐)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5809

 

164p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Marble head of Athena: The so-called Athena Medici (Roman) /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258077

 

206p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The Martyrdom of Saint Anastasia (Michelangelo Cerruti)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38457

 

 

281p 미켈란젤로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에게 심한 매질을 당했다. 부오나로티 가문은 빈털터리였지만 귀족이었고 그의 아버지 로도비코는 아들이 손을 스는 일을 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했다. 그물처럼 교차하는 선들로 세심하게 공을 들여 음영을 표현한 작품을 보면서 로도비코가 한 가지 면에서는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업은 육체노동이었다. 반복적이고 지루하며 몸을 쓰는 노동. 숙련이 가능한 노동인 것은 확실하지만 지름길도 없고, 인내심을 가지 한 획 한 획 긋는 것 말고는 일을 진척시킬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겸허한 작업인 것이다.

 

 

298p 메트의 현대 미술 전시관에 걸린 그 작품은 야생적이고 대담하고 도전적이다. 그것이 외풍이 술술 들어오는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잠든 그녀의 아이를 덮은 이불이었을 때 어땠을지는 상상으로  그려볼 수 밖에 없다. 1930년대는 지스 벤드가 곤궁했던 시기였다. 대공황이 터지고 목화 가격이 폭락하면서 백인 부재지주에게 소작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빚 수금업자들이 조직적으로 급습을 해서 농기구와 가축, 가재도구들을 압수해 버리자 사람들은 숲으로 들어가 식량과 땔감을 구해야만 했다. 그렇게 곤궁한 시기에 케네디는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도 이 용어를 썼는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정의 그 자체로 보인다. 과분하게 아름다운 것.

 

 

321p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 

 

 

2024.12.21 - [Diary.] - [N잡러의 일상] 일하지 않는 시간은 나를 위해 꽉꽉 채워야 해

 

[N잡러의 일상] 일하지 않는 시간은 나를 위해 꽉꽉 채워야 해

N잡러에게 휴식은 너무 소중해요:-)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 너무너무 필요한데,예쁜거. 좋은거. 무조건!!!! 나를 위해 써야합니다!!!!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정말 일만하다 죽는 불쌍한 휴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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